타는 듯한 속앓이, 위염과 위궤양
그 속을 알면 세상 편한 것을!
이래저래 속 썩을 일이 많은 세상.
불편하기 그지없는
그 속을 그냥 두기에는
내 속이 편치 않다.
그렇다고 그 속을 뒤집어
열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혹시나 40대 이후 성인들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그것’ 때문은 아닐까?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줄고 있다
차라리 긁어대거나
쓰림이 심할 때는 오히려 안심된다.
과음을 했거나 속이 비었거나
또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걱정은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애매한 증상이다.
식사를 해도 허한 듯하고,
출출한 것과는 별개로 오히려
답답할 때가 있다.
간간이 토할 정도는 아니지만
메슥거림과 울렁임이 기분 나쁘게 찾아온다.
괜스레 헛구역질을 해볼 때도 있지만
그러다 보면 순간적으로
어지럼증까지 나타난다.
여태껏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지만
내시경 검사 권유를 받고 보니 영 께름칙하다.
일시적인 소화불량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40대 남성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암’ 쪽으로
생각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위염과 위궤양은
원인과 증상이 같습니다.
상태의 경중 차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암까지 거론하기에는
다소 섣부른 감이 있습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홍성수 원장의 말이다.
그는 위의 구조를 설명하며 차이를 짚어주었다.
위벽은 네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위점막층’이다.
얇은 막으로 이루어진 위점막층은
위산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점막 아래에 있다는 뜻의 ‘점막하층’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근육층’,
마지막 층은
위장의 마지막 층인 ‘장막층’이다.
“위염은 첫 번째 층이
살짝 손상된 상태입니다.
손상 부위에 위산이 닿으면
아프거나 쓰립니다.
위궤양은 두 번째 층인
점막하층까지 손상된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위염이 심해지면
위궤양이 됩니다.“
위염이나 위궤양에서
끝난다면 무슨 걱정을 하겠는가?
‘겔포스’ 하나 짜 먹으면 거뜬해지는,
한국 남성들이라면 누구나 달고 사는 병인 것을.
걱정은 위염이나 위궤양이 암으로 이어지는 것.
홍성수 원장은
“위염과 위궤양은
위암으로 가는 단계가 아닙니다.”
라며 위암은 별개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론 위염이나 위궤양이
암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암을 유발하는 인자는 너무 많고,
위염이나 위궤양이 암으로 발전하는
비중은 아주 작습니다.
오히려 암의 상태가 심해지면서
위염이나 위궤양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홍성수 원장을 이것을
‘빙산의 일각’에 비유한다.
이미 암이 걸린 상태에서 속 쓰림이나
통증을 느낀다면 그건 이미 위염이나
위궤양이라는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는 뜻.
“그래서 문진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속 긁어대는 헬리코박터균
위염이나 위궤양의 양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원인은 하나다.
위벽이 위산의 공격을 받아 염증이 생기는 것.
“문제는 균형입니다.
힘이 균형을 이루면
염증이 생길 일이 없지요.”
홍성수 원장의 설명이다.
음식물을 소화, 분해하는 위산은 공격자다.
위벽의 1차 방어막인 위점막층은 방어자다.
위산이 많아지면 위점막층이 피해를 입는다.
반대로 위점막층이 약해져도
위산을 견디지 못한다.
속이 편하려면 이 두 가지를 일으키는
원인을 원천봉쇄해야 한다.
위산을 과분비시키는 요인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담배, 술, 커피, 스트레스
그리고 불규칙한 식사 습관이다.
방어막을 약화시키는 요인 역시 비슷하지만
핵심 주범은 따로 있다. 헬리코박터균이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점막층을 공격해
군데군데 손상을 입힙니다.
그렇게 손상된 곳에 위산이 닿으면
통증을 유발하는 동시에 상처를 심화시키죠.”
어떻게 속을 망가뜨리는
균이 위 속에 들어간 것일까?
홍성수 원장은
선천성 유전이 아니라고 말한다.
“신생아의 위는 깨끗합니다.
커가면서 감염되죠.
감염시키는 주범은 어머니입니다.”
헬리코박터균은 입에서 입으로 감염된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감염될 확률은 거의 없다.
이미 내성이 생긴 후라 균이 들어와도 죽기 때문.
즉 면역력이 없는 유아 시절에만 조심하면
성인이 되어 김치찌개를 같이 퍼 먹어도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이미 우리나라 성인의 50% 이상이
헬리코박터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두 사람 중 한 명은 너무 높은 확률이다.
우리나라 성인들에게 유독 위염이나
위궤양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40세 전후 성인 대부분은 조금씩
만성위염 증상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생활습관 때문만은 아닙니다.
헬리코박터균이 있다면
위가 손상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단지 손상의 경중에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 말대로라면
헬리코박터균과의 동거는 피할 수 없다.
하기야 어차피 오랫동안 같이 살았으니
잊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아니죠. 없앨 수 있으면 없애야죠.”
과거에는 헬리코박터균이
위염이나 위궤양 정도만
유발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연구가 많이 되면서
이제는 암을 유발하는 주요인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역시나 유산균이나 우유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속 편한 세상을 위하여
가벼운 위염에 대해
홍성수 원장이 내린 처방은 간명하다.
“위산을 줄이거나 보호막을 강화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둘 다 약을 먹으면 됩니다. 선택의 문제죠.”
일반적인 방법은 상처가 난
위점막층 위에 보호막을 덮는 것이다.
겔 타입의 위장약이 그것이다.
하루에 네 번 정도 짜 먹으면 된단다.
하지만
공격자를 공략하는 것이
낫다는 말을 덧붙인다.
“번거롭지 않으시겠어요?
차라리 위산을 줄여주는
약을 드시는 게 편합니다.
아침에 한 번만 먹으면 되니까요.”
처방은 간단했지만 위 안에 존재할
‘헬리코박터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문제가 될 정도로
많다면 항생제를 처방합니다.”
사실 헬리코박터균이 있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항생제로 10명 중 7~8명은
제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균이 안 되는 분들은 이미
항생제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에 한해서
2차 항생제를 처방하는데,
대개 10명 중 9명은 낫습니다.
드문 경우지만 만약 2차 항생제로도
안 된다면 다른 제균법을 처방합니다.
더 강한 항생제를 쓸 경우,
다른 병에 걸렸을 때 항생제에 면역이 생겨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2차로 치료가 안 되는 심각한 경우에는
의료 기준에 따른 치료를 하게 됩니다.”
내 속도 모르는 게 요즘 세상이라지만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곤란하다.
조금이라도 속 편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남의 속보다 내 속 먼저 챙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