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때때로 날아오는 세금고지서와 급여명세서의 각종 보험료. 그땐 그렇게 내던 돈이 아깝다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은퇴 이후 이만한 효자가 없다는 것을 아는가? 중요한 것은 제대로 알아야 효자 덕을 톡톡히 본다는 사실. 꼼꼼히 챙기면 은퇴 후 이만큼 든든한 게 없다.
돈 걱정 없는 인생 2막
연금자산 관리 포인트
“젊은 시절, 회사가 성장하면서 직급과 급여가 계속 올라갈 때만 해도 이런 일로 고민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때 회사에서 잘 나가던 선배들이 은퇴하고 나서 점심값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얼마 있으면 은퇴를 하게 될 텐데… 미리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위와 같은 고민에 빠진 중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고령화와 저성장의 영향으로 구조조정이 심화되면서 실제 퇴직연령은 50대 초중반부터 맞는 경우가 많다. 한창 지출이 많은 시점에서 맞이하는 은퇴에 따른 소득절벽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면 그 이전부터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바로 은퇴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야 한다. 과거에는 일을 해서 국가에 세금이나 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등을 내야 했다면 인생 2막에는 그때 낸 돈의 반대급부로 국가로부터 연금도 받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 이를 잘 챙기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은 돈을 어떻게 인출할 것인지도 같이 고민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연금자산 관리의 기본 원칙은 수입의 파이프라인을 다양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마치 영리한 토끼가 적어도 세 개의 굴을 파서 대비한다는 교토삼굴의 고사처럼 말이다. 직업에 있어서는 한 우물만 파는 게 현명하지만, 연금은 한 우물만 고집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몇 십 년 후에는 그 무엇도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금 지급과 관련된 규정이 바뀌거나 잘못된 투자 등으로 재원이 고갈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는 재정위기로 인한 구제금융의 대가로 2011년 말 공공노동자 34만 명의 연금수령액을 12%가량, 2012년에는 모든 공적연금 지급액을 40%에서 50%가량 삭감했다.
물론 그리스의 사례를 가지고 우리나라도 그럴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제조업이 발달한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리스와는 경제 체질 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서너 번 바뀌는 시기의 미래를 과연 누가 100% 장담할 수 있을까.
연금제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연금자산 관리를 위한 해당 항목에는 우선 공적연금으로 국민들의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국민연금과 특수직종에 종사하는 군인·사학·공무원 연금이 있다. 또한 회사에서 근로자들의 퇴직 후 생활을 대비해 준비하는 퇴직연금과 개인의 자발적 노후대비를 지원하기 위한 개인연금(연금저축), 주택·농지연금 등이 있다. 이때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이를 메우기 위해 재취업이나 여유자금의 운용에 대한 고민과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연금제도(또는 상품)들의 경우 수령 금액이나 조건, 시기는 물론이고 상호관계 등도 잘 알아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퇴직 후 바로 재취업을 한 경우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 기간에는 국민연금이 감액되는 만큼 지급시기를 뒤로 조정하는 것이 좋다. 그럼 지금부터 각각 연금제도별로 알아야 할 활용 포인트들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자.
외벌이 부부 인생 2막
국민연금 맞벌이 미리 준비
“결혼 후 유산을 하고 나서 스트레스를 받은 아내가 12년 전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다음부터는 생활이 갈수록 쪼들리네요. 개인적으로는 대학 동기들에 비해 급여가 많은 편인데도 말이죠. 맞벌이하는 친구들은 퇴직 후에도 걱정이 없어 보이는데 ‘전 죽을 때까지 일만 해야 하나’ 싶은 막연한 불안감도 듭니다.”
위와 같이 외벌이로 힘든 직장 생활을 버티는 가장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만한 불안감이다. 요즘은 흔하지 않지만 과거에는 결혼 후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했다. 여하튼 외벌이 직장인들은 과거에 비해 씀씀이도 줄어들고 돈 모으기에도 어려움을 겪다 보니 맞벌이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끼곤 한다.
게다가 더 비교되는 건 맞벌이하는 친구와 자신의 미래이다. 공직자나 교사면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중견업체 이상의 직장에 다니는 아내를 둔 친구의 경우 퇴직 후 공적연금만 받아도 기본적인 생활에는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저 친구는 아내와 같이 국민연금만 매달 250만 원 나온다는데, 나는 그 반밖에…’라는 자괴감이 들 만하다.
하지만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외벌이지만 나중에 연금은 맞벌이하면 되니까 말이다. 아내가 직장을 그만둔 지 한참 되어서 연금이라고 나올 만한 게 없다고? 지금부터 배우자의 국민연금 임의가입을 통해 소액이라도 조금씩 준비해두면 평생 열심히 맞벌이한 친구 부부와 비교할 때 70~75% 정도의 연금 수입은 만들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소득 없는 배우자라면 약간의 저축여력으로 임의 가입하는 것이 좋다. 국민연금공단의 예상노령연금월액표에 따르면 최저가입금액은 2018년 7월 현재 월 9만 원으로, 40세인 배우자가 앞으로 20년간 이 금액을 계속 납부한다면 65세 이후 매월 33만8,000원을 연금으로 죽을 때까지 수령할 수 있어 어림잡아도 이득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이기 때문에 금융기관에서 판매하는 연금저축처럼 많이 넣는다고 그만큼 많이 받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공단의 예상노령연금월액표를 살펴보면 동일한 조건에서 최저가입금액의 두 배인 월 18만 원을 넣더라도 20년 후에는 44만 2,000원을 받으니 가성비 측면에서는 되레 손해다.
여유자금이 있다면 추후납부를 통해 연금수입을 늘리는 것도 좋다. 납입 시기에 보험료를 내지 못했더라도 일정요건 충족 시 언제라도 납부할 수 있는 제도인데, 보험료 납입기간을 늘려서 연금수령액을 증액할 수 있어 유리하다.
만약 배우자가 연금보험료 납부 경험이 있으나 현재 소득 활동을 하지 않고 연금을 받기 위한 최소 가입기간(10년)이 부족하다면 반드시 챙기는 것이 좋다. 추후납부 신청은 국민연금에 가입한 적이 있고 1회 이상 연금보험료를 납부했다면 가능하다.
계속 돈 번다면
연기연금 고려
“회사를 퇴직한 후 다행히 후배가 하는 회사에서 이사로 활동하면서 앞으로 몇 년 경제활동을 더 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제가 회사를 다닌다는 것 때문에 원래 받기로 되어 있던 연금이 깎여서 나오네요.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만약 국민연금 지급연령이 되어 노령연금을 수급하더라도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게 되면 64세까지는 소득구간별로 국민연금이 감액되어 지급된다. 이를 재직자 노령연금제도라고 하는데 크든 적든 받을 돈을 다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라면 ‘연기연금제도’를 통해 수령시기를 늦추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연기연금제도란 노령연금의 수급권자가 수령시기를 뒤로 미룰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때 연금수령시기를 1년 뒤로 할 때마다 7.2%씩 연금이 늘어나며, 이렇게 증액된 비율은 그 뒤로도 쭉 적용된다. 현재 시중금리가 연 2% 초반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매력적이다.
연금수령시점 이후 65세까지 시간이 좀 있고 금전적 여유도 있는 경우라면 연기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1952년생 A씨(서울 거주)는 25년간 국민연금보험료를 납부하여 2013년부터 월 137만 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급시기를 5년으로 미룬 결과 2018년부터 월 200만 원으로 연금수령액이 늘어나 매스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건강만 받쳐준다면 꽤 매력적인 방법이다.
크레딧 제도 통해
국민연금 챙기자
현재 국민연금은 출산과 실직 그리고 군복무에 관련된 경우 크레딧 제도를 통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우선 2008년 1월 1일 이후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하거나 입양한 경우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아이가 둘인 경우에는 12개월, 셋인 경우에는 30개월, 넷인 경우에는 48개월, 다섯 이상인 경우에는 50개월이다. 만약 부부가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라면 수급액이 많은 쪽에 배분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실업기간 중 연간 금융소득과 연금소득 합이 1,680만 원을 넘거나 재산 과세표준액 합이 6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라면, 실직을 당했을 때 해당기간 중 연금보험료의 25%만 납부하면 나머지 75%는 정부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파트타이머와 같이 이직이 잦고 중간에 구직기간이 긴 편이라면 이 제도를 활용해서 보다 적은 부담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