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힘든 밤의 공포
불면증, 생활방식만 바꿔도!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초조함과 불안감이 밀려든다. 오늘도 어김없이 불면증은 찾아오겠지? 오늘은 제발 편히 잠들고 숙면 취하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현실은 두려운 게 앞선다. 중년의 고통 불면증. 해결법은 없을까?
불면증은 밤에 잠을 자고 싶으나 잠이 오지 않는 상태로 대표적인 수면장애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불면증 환자는 2012년 40만3417명에서 2016년 54만1958명으로 34.4% 늘었는데, 그 중에서도 50대~70대가 가장 많았다. 불면증의 주요 원인은 신체적 질환과 정신적인 원인으로 나뉜다.
중장년층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유는 주로 성인병이나 만성질환 같은 신체적 질환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또 나이가 들수록 수면에 요건이 되는 체내 멜라토닌 분비량이 떨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신체적 질환이 원인인 불면증은 기본적으로 원인이 되는 질환 치료가 우선이다. 문제는 특별한 질환 없이 찾아오는, 어쩌면 정신적인 이유로 찾아오는 불면증이다.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못자는 것일까? 어쩌면 불면증이 아니라 단순한 수면장애일 수도 있다.
왜 잠을 못 이루는가?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게 되면 결국 수면제에 대한 유혹이 강해진다. 중한 병이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 불면증. 신경과전문의 최성호 원장은 말한다.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고 약을 처방할 수는 없습니다. 육체적 문제나 심리적 문제도 따져봐야 하지만 가장 먼저 습관이나 환경에 따른 ‘수면 위생’을 점검해봐야 합니다.”
최 원장은 몇 가지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한다. 취침 및 기상 시간이 일정한지, 커피와 술, 담배를 어느 정도 하는지, 자주 낮잠을 자는지. 중년이라면 당연히 질문의 대부분에 ‘그렇다’라는 답을 피할 수 없다.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일단 생활 습관부터 고쳐야 합니다. 약 처방은 첫 단계가 아닙니다.”
물론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몰라서 안 고친 건 아니다. 고치기 쉽지 않아 병원을 찾은 것이다. 최 원장의 다른 차원의 답을 한다.
“불면증인지 아니면 수면장애인지부터 살펴봐야합니다.”
사람마다 불면증의 원인은 다르다. 우선 잠을 자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심을 갖는 것은 1차 요인이다. 이외에 수면을 방해하는 육체적, 심리적, 환경적, 습관적 이상에서 오는 것은 2차 요인이다. 대부분 1차 요인과 2차 요인이 겹쳐서 오는데, 1차 요인에 접근하기에 앞서 2차 요인을 먼저 찾는 것이 치료의 순서다. 최 원장의 질문은 계속 이어진다.
“신체가 불편하거나 심장병 같은 질환은 깊은 잠을 방해합니다. 코골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체적 질환이 없다면 2차 요인인 정신적인 면을 점검해봐야 한다.
“자다가 갑자기 옆 사람을 때린다거나 소리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증 같이 심리적인 불안이 잠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신체적 질환이 없는 이상, 수면 습관을 스스로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또 대부분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에 정신적 압박의 강도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최 원장은 이야기한다.
“두통이나 어지러움,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이나 ‘하지불안증’이나 ‘램수면장애’ 같이 신경적 이상에 대한 수면장애에 대해 조언을 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원인 없이 불면증을 느낀다면 우선 생활 습관을 바꿔보는 것이 좋습니다.”
잠에 대한 강박을 버려라
일반적으로 당뇨나 심장병 같이 병적 요인으로 인한 불면증은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 원장은 병적 요인이 아닌 경우 수면 위생을 점검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규칙적으로 잠을 자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성인 남성에게 적정한 수면 시간은 7~8시간입니다. 그러나 이게 천편일률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적정 수면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죠. 에디슨이 서너 시간만 자고도 성공한 것은 그 사람의 적정 수면 시간이 보통 사람들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부터 대기업 회장들의 수면 시간이 4시간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와 많은 지도층 인사들이 새벽 3~4시부터 일어나 활동한다는 신화에 길들여져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8시간의 수면이 적정한 사람이 4시간만 잔다면 필요한 숙면을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정 수면을 못하면 낮의 활동에 효율이 떨어집니다. 부족한 잠을 채우기 위해 졸린 상태가 이어지는 것이죠.”
실제로 1시간만 적게 자도 업무 효율이 30%나 떨어진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최 원장은 개인의 수면 위생을 방해하는 사회적 환경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야근이 당연한 풍조만 문제는 아닙니다. 자는 시간을 쪼개 밤 문화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방식도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밤은 낮처럼 휘황찬란하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숙면에 들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집단적인 불면증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잠을 잘 자려면 수면 위생을 지켜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근본이 좋으면 잠을 방해하는 한두 가지 요소에도 흔들림 없이 잠을 잘 잘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의사들이 아무리 좋은 처방을 내려도 그걸 실천할 의지가 없으면 불면증은 치료하기 어렵습니다. 불면증에서 의사의 몫은 50%일 뿐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며칠 야근을 한 뒤에는 잠을 자는 대신 일종의 보상심리로 밤이 새도록 음주가무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 원장은 수면 위생 점검에 앞서 잠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바꾸는 것이 불면증 해소의 첫 열쇠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력한 처방을 내린다.
“2차 요인을 제거해도 한 번 자리 잡힌 1차적인 요인, 즉 불면증에 대한 강박과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너무 심해 잠을 이룰 수 없는 지경이라면 수면유도제를 처방합니다. 이것도 1~2주의 한시적 처방일 뿐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스스로 떨쳐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잠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란다.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수면 베개와 수면 이불을 깔고, 아늑한 조명을 준비하는 일련의 강박적 행위가 불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면의 가장 오래된 주문인 양을 세는 일도 하지 말란다.
“양을 센다고 자연스럽게 잠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숫자에 집중하는 것이 뇌파를 활성화해 잠을 깨울 수 있습니다. 잘 자려는, 깊은 단잠에 빠지려는 생각을 버리세요. 최대한 불면증이란 단어 자체를 잊어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