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잘 지내는 중입니다>
저자 김쾌대의 졸혼 이야기
김쾌대.
2019년 3월,
첫 책 <생각보다 잘 지내는 중입니다>를
출간하며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쾌대’라는 이름은 새 출발을 다짐하며
졸혼 생활 초입에 스스로에게 선물한 이름.
서른부터 서른일곱 살까지를
김쾌대 작가는 ‘인생의 화양연화’라 칭했다.
대기업을 나와 시작한 벤처회사는
여러 매체에 소개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돈과 명예도 따랐다.
하지만 서른일곱,
화양연화는 끝나고 만다.
집을 팔아 소위 빚잔치를 했다.
간신히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보니,
아내는 가장의 빈자리를 대신하느라 바빴다.
아이들과의 관계도 낯설기만 했다.
일이 바빠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함께하지 못한 대가였다.
회사 일로 바쁜 아내를 대신해
아이들의 주 양육자를 자청했다.
살을 비비며 지내다 보니
아이들과의 관계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반면 아내와는 점점 더 꼬여갔다.
경제적으로 온전하게 가장의 몫을
해내지 못한다는 자격지심에
미안한 마음이 부채처럼 더해졌다.
“작고 작은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관계가 흔들리게 되는 것 같아요.
쌓이고 쌓여, 꼬이고 꼬여
더는 어떻게 풀어볼 도리가 없는
복잡한 관계의 실타래가 만들어진 거죠.”
오십에 들어서며 예고 없이 찾아온
심근경색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골든아워를 놓치지 않아 살아날 수 있었지만
그 일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내에게 졸혼을 제안했다.
당황하던 아내도
“결혼 생활을 지속할 경우
결국엔 둘 다 더할 수 없이
피폐해질 것”
이란 말에는 동의했다.
현재가 힘들다고 당장
관계를 끝낼 순 없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일단 끝을 내긴 해야 했다.
그래야 제대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졸혼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새 2년이 지났다.
자녀들은 아내와 한집에 살고
그는 집과 가까운 거리에 혼자 산다.
딸의 등하교를 책임지고 있기에
매일 아내를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
요즘처럼 아내와 사이가
좋았던 적이 없단다.
하늘이 선명하게 보이는
화창한 날씨 같다고.
“일정한 거리감이
아내와의 관계에
말할 수 없는 쾌적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졸혼 후 더할 수 없이 좋다는 그에게
주변에 졸혼을 권하겠느냐 물었다.
답 대신 자신이 생각하는
졸혼의 해피엔딩을 들려준다.
“얽힌 실타래를 다 풀고 나서
부부 관계를 이어가건 이어가지 않건,
서로 원망이 남지 않으면
그 자체로 해피엔딩이에요.
함께 만든 실타래니
같이 풀어야 하는 거죠.“
20년에 가까운
결혼 생활 동안,
얽히고 꼬인 실타래를
졸혼의 형태를 빌려
각자의 시간을 가지면서
풀어나가는 중이란다.
그의 졸혼 계기는
50대에 벼락처럼 찾아온 심근경색이었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최악의 경험 후에야
‘결혼이란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며
결혼의 성공은 백년해로’라는
정형화된 프레임을 깰 수 있었다.
그는 동년배의 중년들에게 이야기한다.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어떤 식으로라도 계기를 만들어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 안의 내가 원하는
나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졸혼이 모든 이에게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염려,
다른 무엇보다도 내 안의 나를 찾고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귀 기울이라는 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