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첫 방송 이후,
단 두 시즌 방영만으로
에미 어워즈, 골든 글로브 어워즈 등을
위시한 유수의 시상식을 모두 휩쓸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영국 코미디 드라마
<플리백>(Fleabag),
드라마 속에는
특별한 사건으로부터
빚어진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생을 마구 어질러놓고
되는대로 살아가는
충동과 일탈로 범벅된
30대 초반의 여자 주인공,
‘플리백’이 등장합니다.
‘시즌 2’의 한 장면,
여주인공 ‘플리백’은
그녀의 여동생이 주최한 행사에서
‘비즈니스 우먼’ 상을 수상한
58세의 여성, ‘벨린다’와 함께
술을 한잔하게 되는데요,
해당 장면에서
중년 여성 ‘벨린다’가
중년 여성, 나아가 ‘여성’의 삶에 대해
그간 억눌려 온
무거운 감정을 터뜨리며
독백 대사를 휘몰아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정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이걸 소리 내어
얘기하기만을 기다렸어.여자들은 고통을
껴안고 태어나지.
우리의 신체적 운명인 거야.생리통, 가슴 통증,
출산 같은 거 말이야.
그것들을 평생 지고 가는 거야.남자들은 안 그래.
걔들은 건수를 찾아야 돼.
남자들은 신이나
악마 같은 것들을 만들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우린 알아서
다 잘하는 건데 말이야.
그리고 전쟁도 일으켜야지.
뭔가를 느끼고
서로 부대끼려면,싸울 거리 없으면
럭비라도 하는 거고.
그런데
우리 몸 안에선 지금
저런 게 다 일어나고 있다고!
몸 안에서!
또 주기적으로 아픔도 겪어야지.
몇년이고 계속! 계속! 계속!
중년 여성 ‘벨린다’는 덧붙입니다.
그리고
이제 막
평화를 느끼려고 할 때,
뭔 일이 일어나지?!
갱년기가 오지!
망할 놈의 폐경기가 찾아와!그건 진짜
이 지구 상에서
존X 제일 환상적인 거야.골반 근육이 다 으스러지고,
존X 화끈거리는데,
아무도 신경 안 써.그런데 그러고 나서야
자유로워지는 거야.더는 노예도 아니고,
더는 기계 부품도 아니야.
하나의 인격이 되는 거지.
그러자 30대 초반의 여주인공이 묻습니다.
저는 처참하다고 들었는데요;;;
다시 중년 여성 ‘벨린다’가 답합니다.
어, 처참하지.
근데 또 대박이야.
간절히 기다려지는 거야.
어떤 미국의 평론가는
위 장면을 두고
TV 드라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3분이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아직까지도 대중 매체 속에서
<중년의 위기>를 그릴 때,
여비서와 바람난 중년 남성이나
멋진 외제차를 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는 중년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며 지루한 ‘클리셰’로
일관하기 때문이겠죠.
난데없는 방황과
일탈이라는 컨셉,
아~주 식상하죠.
하지만 이와 달리
드라마 <플리백>의 위 독백 장면은
여성의 삶 그리고
중년 여성의 갱년기에 대하여
사실적이고 적나라하며 속 시원한
표현을 던져주길 기대하고 있던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중년 여성과 중년 남성,
나아가 여성과 남성,
아마 죽을 때까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할 존재들이죠.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서로 배려하는 태도를
의식적으로 되새기면서
각자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고
상처 주지 않는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