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는 순간, 진짜 가장이 된다
4시까지 온다고 했던 아내
6시가 넘도록 연락도 없다.
몇 시에 오냐는 카톡은
확인조차 안 한다.
함께 먹은 점심 설거지도 다 하고,
내친김에 아이들 방도 청소했다.
속이 끓는다. 마침내 답이 왔다.
‘좀 늦어’
한두 번도 아니다. 화가 난다.
은퇴했다고 나를 무시하나?
남편은 무시당하는 것 같다
남편이 현업에서 일하던 시기는
한마디로 치열했다.
토요일에도 일하던 시절이었고,
일부러라도 야근을 하며 버티는 게
가족을 부양하는 방법이었다.
가족은 어쩔 수 없이
뒷전일 수 밖에 없었다.
은퇴 후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장을 보러 가는 것도
모두 남편이 변화한 모습이다.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은퇴 전이나 후에나 변한 건 없다.
남편의 바뀐 삶에 칭찬은 커녕
약속 나가기 일쑤다.
남편이 바라는 건 간단하다.
과거의 노력과 현재의 변화를 인정하고,
자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달라는 것 뿐.
아내는 변하지 않는 남편이 밉다
바쁜 남편 덕에 아내는 가사와 육아 등
모든 것을 도맡아 해야 했다.
눈과 귀, 입을 막고 순종하며 살아야 했고,
남편은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은퇴와 무관하게 계속 그렇게
혼자 사는 방법 그대로 사는 것이다.
아이들이 장성해 출가하면서
아내는 그토록 기다렸던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평생 고생하다 이제야
자신의 삶을 살 수있는데
남편은 여전히 변한 게 없다.
은퇴했다고 계속 집에만
있으라고 하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겉말만 듣지 말고 속말을 보자
두 사람의 말은 당연하다.
그러니 서로 탓만 하게 된다.
남편은 아내를 탓하며
‘그게 잘한 것이냐’, ‘주부 맞느냐’에 이어
‘나를 그렇게 무시하니 아이들도
따라 하는 게 아니냐’까지 발전한다.
‘기승전네탓’으로 아내에게
상처가 되는 말만 하니
오는 말도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아내를 탓하는 남편의 속말은 이렇다.
‘여보나 많이 약해졌어,
나 굉장히 두려워.
나는 당신이 중요해,
나랑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
나 그 동안 수고했으니
나를 인정해 줘’
아내도 마찬가지다.
‘난 당신이 정신없이 일하는 동안
시댁 일도, 가정 일도 많이 힘들었어.
말 못한 아픔이 많았어.
이제는 나도 내 삶을 살고 싶어.
그걸 인정해줬으면 좋겠어’
180도 바뀌는 원리,
인정하고 얘기하라
맞벌이 부부라도
부부가 평등하지 못한 건
대부분 사실이다.
만일 두 사람의 퇴근이 늦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데
문제가 생겼다면,
남편은 아내에게 화를 낸다.
아내 역시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싸울 일인가?
이런 건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어
해결 방법을 찾는 게 맞지 않겠는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부부는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으로 살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남편의 힘들었던 삶,
아내의 힘들었던 삶에 대해
진정성 있게 인정해야 한다.
부부 간 자존심이 뭐 그리 중요한가.
“생각해보니
당신 삶도 참 힘들었겠다.
시댁 가서 많이 힘들었지?
제사 가지고 투덜거리면
그것도 안 하냐며 핀잔준 것 미안해.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미안하고,
이렇게 가정을 잘 꾸려줘서 고마워.”
아내의 속말을 인정하면
돌아오는 아내의 말도
겉말과는 정반대가 된다.
남자는 인정욕구가 강하고,
여자는 배려에 민감하다.
아주 간단한 선순환의 원리다.
자녀들 앞에서 아내를 인정해준다면
당신은 최고의 남편이 될 것이고,
서른 살 자녀도 우리 아빠는
진짜 멋있다고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