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로부터 존경 받는
고등학교 철학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나탈리’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는데요,
바로 불안증에 시달리는
병든 노모를 돌봐야한다는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생 자신만을 사랑할 거라 믿었던
남편이 충격적인 고백을 내어놓습니다.
자신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고,
그 사람이랑 함께 살 것이라는 이야기.
“왜 나한테 그걸 말해?
혼자 묻어둘 순 없었어?”
남편의 외도라는
인생의 첫 번째 위기에서
그치면 좋았겠지만,
그녀의 삶에는 영화 제목처럼
크고 작은 위기들이 겹쳐오기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일에서는 밀려나고,
평소 히스테리를 부리며 자신을 괴롭히던
어머니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납니다.
늘 옆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둘 그녀 곁을 떠나게 된 것이죠.
“내 나이에 여자가 바람난 거 봤어?
여자는 40살이 넘으면 쓸모 없어져.“
그런 그녀의 인생 속으로
옛 제자 ‘파비앙’이 찾아오는데요,
‘나탈리’는 ‘파비앙’으로부터
자신의 옛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그와 함께 철학적인 토론도 이어갑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죠.
“애들은 품을 떠났고,
남편은 가고,
엄마는 죽고,
나는 자유를 되찾은 거야.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온전한 자유.
놀라운 일이야.”
그녀는 망가지지 않고 또 외면하지 않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평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상실’을 통해 역설적으로
‘자유‘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깨닫게 되죠.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가?”
영화 <다가오는 것들>은 위와 같은
시험 질문과 함께 막을 여는데요,
학생들을 향해 던진 ‘나탈리’의 철학적 질문은
실상 인생을 살며 맞닥뜨리게 될 ‘위기’와
그것에 얽힌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그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었던 셈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키어런 세티야
누구나 불운 속에서 살아야 하며,
누구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고,
결국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다.
(중략)
지금 이 순간에 살기는,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힘들고 빈약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하다.
<어떡하죠, 마흔입니다> 중에서
늘 곁에 머무르던 것들이
모두 떠나고 난 ‘지금’,
영화 속 주인공 ‘나탈리’는
진정한 ‘자유’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군요.
이제 나는
행복하지 않은 일이 있거든
시간의 마법을 믿고
‘장차 좋게 기억될 일’로
애써 분류해보려 한다.미래의 어느 곳에
박금선
오늘을 그리워하는
내가 서 있을 게 분명하니까.
<인생, 어떻게든 됩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