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초고령 사회를 앞둔 지금 노년의 일자리와 매우 밀접한 용어가 됐다. 노년을 청년 일자리를 뺏는 대상으로, ‘생산가능인력’이 아니라 청년 세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령’은 인구학 관점에서 관습적으로 구분한 나이 즉 숫자에 불과하다.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로 달려가고 있는 지금의 50대는 반백을 쌓아온 경력을 가지고 또다시 이륙해야 하는 시기다. 뉴스포스트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중장년과 노년 세대들을 위한 일자리 정책을 살펴본다. 또한, 중장년 일자리 지원사업에 대한 실제 수혜자의 평가와 정책적 제언도 다룬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강대호 기자]
한국은 지금 고령사회다. 한 나라의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이런 기준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에 14.2%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통계청이 2020년 9월에 발표한 ‘2020 고령자 통계’에 의하면 2020년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15.7%인 812만 5천 명이다. 통계청은 고령 인구가 2025년에 20.3%에 이르러 초고령사회에 들어서고, 2060년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 43.9%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계했다.
경제 관점에서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진다는 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의 사람들을 말한다. 인구조사 대상 중 만 15세부터 64세까지가 생산가능인구에 속한다.
이 기준에서는 일할 의사와 능력이 없더라도 해당 나이 구간 사람들 모두 생산가능인구에 담는다. 반대로 인구조사에서 고령자로 분류하는 65세를 넘으면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더라도 이 통계에서는 빠진다. 젊은 층이 많아서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높으면 경제가 활력을 띠는 것으로, 노년층이 많아서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낮으면 경제활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생산가능인구를 통계만으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분명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경제활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65세를 넘어서 70대 중반까지도 생산 활동을 해야 하는 고령자가 많다.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달려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고령’은 인구학 관점에서 관습적으로 구분한 나이 즉 숫자일 뿐이다.
중장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은퇴 이후에도 노동시장에 참여하거나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기간도 함께 늘어가고 있다. 정부 관계 부처가 함께 낸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구축 계획(2017)’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50세 전후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이후에도 72세까지 소득을 갖거나 보람 있는 노후를 위해서 일자리나 일거리를 희망한다.
주된 일자리란 한 개인이 최종 교육 과정을 마친 후에 취업 혹은 창업해서 퇴직할 즈음까지 일하는 곳을 의미한다. 만약 그 사람이 대학을 마친 후 취업했다면 퇴직 후에도 주된 일자리에서 보낸 20여 년 세월만큼 제2의 경제활동을 가져야 한다.
고령사회에서 50세를 전후한 나이는 아직 활동적인 시기이다. 반면 기대수명이 지금보다 낮았던 시대에 50대는 인생에서 착륙을 준비하는 시기였다. 머물던 자리에서 조용히 내려와 그 자리를 메꾼 2세의 도움을 받으며 여생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50대는 인생에서 또다시 이륙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50대에 뒷자리로 물러나기에는 수명이 너무 길어졌다. 물론 은퇴한다고 해서 오래된 관습처럼 후손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사회구조나 경제구조도 더는 아니다. 살아온 세월만큼 경제활동을 계속 이어가며 함께 늙어가는 부모세대를 부양해야 할지도 모르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어쩌면 자리 잡지 못한 자녀를 좀 더 보살펴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계속 일해야 하는 이유도 많아지고 일 할 수 있는 능력이 남았는데도 50세를 전후한 중장년들은 주된 일자리에서 내려오라는 압박을 받는다. 그리고 그들은 살아온 나날만큼이나 긴 은퇴 생활을 준비해야 하는 도전에 맞닥뜨린다.
미래가 불안한 중장년들
누구나 맞이하는 노년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준비를 하는 건 아니다. 노동연구원에 의하면 노동시장에서 완전 은퇴를 위한 경제적 준비가 완료되었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은 전체 중장년의 41.4%이다. 물론 은퇴연령이 되기 전에 연금을 조기에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 소액에 그쳐서 노후 안전망으로서 기능은 아직 부족하다.
고용노동부의 ‘장년을 위한 정부지원사업 종합 안내’에 의하면 우리나라 평균 은퇴연령, 경제활동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나이가 남성이 72.9세 여성은 70.6세이다. OECD 평균은 남성이 64.6세이고 여성은 63.2세이다. 통계로만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늦게까지 노동시장에 참여하며 은퇴연령도 OECD 평균보다 7~8세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 후 재취업을 해서 경제활동을 쭉 이어가더라도 안정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주로 임시, 일용, 단순 노무직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아서 임금 수준도 매우 감소한다.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중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73.9%는 상용직이고 26.1%가 임시일용직이다. 하지만 이들이 퇴직해서 재취업하면 처지가 달라진다. 재취업자의 41.9%만 상용직이고 58.1%가 임시일용직으로 내몰린다.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의 임금 차이는 통계를 들지 않더라도 그 차이를 예상할 수 있다.
퇴직 후에도 일해야 하는 중장년이 늘어난다면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중장년들의 경제적 활력 저하는 생산성 감소로 연결되고 이는 노후 빈곤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빈곤 계층 노인들이 많아진다면 결국 국가 재정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정부의 해결책은?
이런 우려로 정부 여러 부처가 과거에 분야별로 관련 대책을 수차례 수립하고 추진했었다. 고용노동부는 장년에 대한 고용서비스를, (과거 중기청) 중소기업부는 소상공인 대책을, 농림수산부는 귀농귀어귀촌 지원 계획을, 복지부는 노후 지원 계획을, 행정자치부는 자원봉사진흥 계획 중심으로 각종 대책과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책과 정책이 많더라도 그 혜택을 받는 중장년들의 만족도를 측정하기는 어려웠다. 중장년의 욕구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부족했다는 반성도 있었다. 이런 지적과 부처의 칸막이를 뛰어넘는 종합적인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에 정부는 2018년에 관계 부처 합동으로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구축 계획을 마련했다.
그런데 ‘신중년’은 또 누구일까. 과거 정부 정책을 들여다보면 어떨 때는 ‘중장년’ 때로는 ‘장년’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런데 이번 정부 들어서는 ‘신중년’이라는 호칭을 새로 추가했다. 호칭이 바뀌었으니 정책도 새롭게 바뀌었을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한국 사회의 인구구조가 바뀌고 나이에 따른 역할도 그에 따라 바뀌고 있다면, 사회구조는 물론 경제구조도 변화에 맞춰 가야 한다. 하지만 정책에서 이 세대를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게 변해왔지만 정작 내용은 크게 변한 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멋진 호칭으로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과 지원사업의 방향이 세상의 변화와 균형을 맞춰 가야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다음 기사에서는 ‘중장년’ 혹은 ‘장년’ 때론 신중년으로 구분되어 집행되는 정책들의 개요를 살펴보고, 이제는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할 예정이다.
[원문 출처]
http://www.news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9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