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무시해? 내가 누군지 알아?
멋지게 포장된 열등감
어느 순간 홀로 선 느낌이다.
가족도 있고,
같이 일하는 직원도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왜 들까?
평생 밤낮 없이 일했고,
그 덕에 가족도 부양하고,
사업체도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고마워하기커녕
나와의 거리는 멀어지는 것만 같다.
억울하다.
정말 바닥부터 일했다.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밤낮 없이, 주말 없이 그렇게 일만했다.
퇴근길이면 입에서 단내가 났다.
늦은 밤, 잠자리에 누우면
하루 일과를 정리할 시간도 없이
곯아 떨어졌고,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그 덕에 가정도 꾸리고,
자녀도 번듯하게 교육시킬 수 있었다.
사업체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직원들도 늘었다.
물론 남들처럼 놀고 싶었다.
하지만 가장으로, 기업의 대표로
쉰다는 것은 사치였다.
우리나라가 급속하게 발전하던 시절,
조금이라도 나태하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쉬지 않고 달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혼자라는 생각이 엄습한다.
분명 가족은 있지만 갈수록 살갑지 않다.
결혼해 출가한 아들.
취업하기 힘든 시기에 이런 든든한 사업체를
운영할 기회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인가.
아버지 잘 만난 덕에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바람이 있다면, 그 나이 때의 나처럼
열정을 가지고 업무에 더 깊게
몰입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바람과는 반대로
자꾸만 나를 피하는 느낌이 든다.
직원도 마찬가지다.
더 열심히 해 성과를 높이면
성과급도 가져갈 수 있을 텐데
나 같은 열정을 찾아 볼 수가 없다.
회의한다고 모이면
모두 다른 생각만 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
가정을 꾸리며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내가 주는 급여 덕분이 아닌가.
그런데 열정은커녕
시간 때우는 데 급급한 것 같다.
가족도 직원도
고마워하기는커녕
나를 피하는 것 같다.
억울하고 화가 나
우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무기력해지기도 하지만
절대 밖으로 티는 내지 않는다.
원인, 객관화시켜 보자
아버지 입장에서는
억울한 게 당연할 지도 모른다.
마음 아픈 것도 당연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그게 왜 우울할 일이나며,
혹은 너만 그런 것 아니라며
더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런 상황과 증상이 반복되다 보면
정말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고,
그래서 병원을 찾을 수도 있다.
이주은 원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울증은 물론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증상만 치료한다면 문제입니다.
엄격히 말하면, 증상이 원인은 아닙니다.
본질이 원인인 거죠. 증상은 우울로 오겠지만
깊이 내려가다 보면 내면에는 상실감, 두려움,
좌절감, 자괴감과 같은 많은 감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다 이유와 원인이 있습니다.
그걸 찾아내야 합니다.”
그렇다면 위 사례와 같은
중년 남성의 경우는 어떨까?
가족이 멀어지고, 직원이 멀어져 힘든 것은
모두 자신과 같지 않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자신의 노력,
고생한 것에 대해 인정받기를,
나를 알아달라는 바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바람이 채워지지 않아 결국
자신이 혼자라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너무나 억울한 아버지에게 질문!
지금의 성공은 모두
단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일까?
‘돈 좀 번다고 유세 떤다.’고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아내도 분명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아빠가 이렇게까지 고생하는데’라는 말에
자녀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직원도 마찬가지다.
성공은 혼자 이룬 게 아니다.
이렇게 상황을 객관화시키면
본질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평가 기준은 남이 아닌 나!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주은 원장은 말한다.
“이런 케이스로 오시는
중년 남성 내담자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무척 외롭고, 화가 나 있고,
경직되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심리적으로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지만,
심정은 콩알 만하죠.
두렵고, 적적하고 외로운 겁니다.
겉으로는 근엄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사람들을 잃고 있다는 것을
당신만 모르는 거죠.”
이주은 원장은 셀프인정에 대해 강조한다.
자 스스로 생각해 보자.
‘나 어땠지?
고생 많이 했지.
그래서 성공했잖아.
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줬지.
내가 그들보다 더 많이 노력했고,
경험도 많고, 내 노하우도 나누려 노력했어.
난 참 괜찮은 사람이잖아.’
맞다.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다.
자 그렇다면 내 안의 나도
이렇게 느끼고 있는가?
똑같이 느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다. 평가의 기준이
타인이 아닌 내가 되어야 흔들리지 않는다.
이주은 원장은 강조한다.
“자아성취와 자아실현,
인생의 깊이가 깊은 분들은
이런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건강하게 겸손하죠.
가장 낮은 데 있어도
억울하지 않고 흐뭇합니다.
내가 아닌 타인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줘도 행복해합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지금의 모습,
그 자체로 멋지지 않은가?
남들이 부럽다고, 멋지다고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이미 너무나 멋진 모습,
인생의 베테랑이다.
내려놓는 여유가,
스스로를 살피는 성찰이
진정한, 살가운 존경을 가져온다.
이주은
부부/가족상담가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상담학 석사
EBS <달라졌어요> 책임 전문가
현) 이주은 부부상담 대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