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겋고 뻑뻑한 눈, 안구건조증
단순히 눈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시리고, 뜨겁고, 따갑고. 성가신 안구건조증 때문에 고생이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이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안구건조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안과와 한의학과 진단과 처방을 들어보았다.
남의 큰 상처보다 제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프다지만, 안구건조증에 시달리는 당사자들의 고통은 의외로 심각하다. 건조한 날씨뿐 아니라 찬바람이나 먼지가 원인이 되기도 하며, 아무런 이유 없이 찾아오기도 하고 심지어 잠잘 때조차 찾아오기 때문이다.
미아체한의원의 송준호 원장은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통증의 형태가 다양한 것도 환자들을 괴롭히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뻑뻑함이나 이물감을 호소합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하거나 뜨겁거나 반대로 시리다는 분들도 있고, 누르는 듯한 압통과 그와 함께 두통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경미한 경우도 있지만, 당장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할 수도 있기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항상 통증을 동반하는 것도 아니다. 강남더밝은안과의 김성일 원장은 통증이 없는 경우도 있으며, 그런 경우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에 따라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무딘 사람이 있습니다.
증세가 경미하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각막염이나 각막궤양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심각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안구건조증은 피부가 튼 것과 같다. 건조한 피부는 트게 되고, 그걸 방치하면 갈라져 피가 나기에 이른다. 아프지 않다고 건조해진 눈을 내버려 둬도 마찬가지다.
안구건조증이 왔을 때 한 번쯤 자신의 상태를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눈이 아프다고 꼭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눈과 함께 입에서 침도 마르고 더불어 피부까지 건조하다고 느낀다면 ‘쇼그렌 증후군(Sjogren’s Syndrome)’ 같은 면역계 질환도 의심해봐야 한다. 만약 면역계 질환이라면 안과적 치료만으로는 안구건조증 치료가 힘들며, 더 나아가 다른 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김성일 원장은 말한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심장이식처럼 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GVHD(Graft-Versus-Host Disease, 이식편대숙주병)’같이 면역계가 변이를 일으키면서 안구건조증 증세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쇼그렌 증후군과 마찬가지로 안과 치료와 함께 내과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눈물의 양과 질, 건강을 살펴라
안과에서 바라보는 원인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쇼그렌증후군이나 류머티즘성 관절염 같은 질환으로 인해 눈물 분비량이 부족한 경우다. 다른 하나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차갑거나 건조한 공기, 온풍기 바람, 장시간 집중하느라 깜박임이 줄어들면서 눈물의 보충보다 눈물 증발량이 많아서다.
“눈물 성분은 지질층, 점액층, 수성층의 3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성분들을 분비하는 곳은 각각 지방성분 분비기관, 점액층 분비기관, 눈물샘인데, 어느 한 곳이라도 염증이 생겨 기능을 못하면 정상적인 눈물 성분이 나오지 않아 눈이 건조해집니다. 한 예로 나이 드신 분들의 경우 눈물이 많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안구건조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눈물 양은 많으나 성분비가 파괴되었기 때문입니다.
물을 많이 만지는 주부들의 손이 왜 더 쉽게 틀까요? 보습 성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눈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간혹 눈물이 많은 분들에게 ‘인공 눈물’ 처방을 하면 역정을 내십니다. 하지만 ‘인공 눈물’은 양뿐만 아니라 질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안구건조증의 대부분은 눈물 양이 적어서라기보다는 눈물 양의 증발이 빠르거나 눈 표면 자체가 건조한 경우가 많다. 정상적인 눈 컨디션을 가진 사람은 하루정도 쉬면 건조증 역시 회복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충분히 쉬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전처럼 회복되지 않는다면 ‘질환’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질환이 된 경우라면 주변 환경과 더불어 몸의 영양 상태를 좋게 만들지 않는 한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고 송준호 원장은 말한다.
“눈 자체의 문제 해결과 함께 몸 전체의 영양이 중요합니다.
<동의보감>에서 눈은 오장육부의 정기가 모이는 곳으로, 그중에서도 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오장육부가 불균형하면 안구의 건강이 저하된다는 것입니다.
눈과 관련이 깊은 간의 기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오장육부의 불균형이 발생하면 안구건조증이 쉽게 발생하고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눈의 치료와 함께 약해진 장부의 기능을 보강하고 기혈순환을 돕는 치료를 해주어야 합니다.”
채우고, 억제하고, 길 트는 처방
일반적으로는 인공 눈물과 염증 치료 그리고 눈물관을 막는 시술이 있다. 보통 안과 치료의 90% 이상은 물이나 젤 타입의 약을 사용한다. 그러나 쇼그렌 증후군이나 류머티즘성 관절염같이 다른 질환과 함께 오는 증상의 경우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과정 속에서 안과 치료가 이뤄진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갑상선 질환으로 눈이 튀어나와 눈이 감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눈을 감을 수 있게 하는 수술을 병행한다.
인공 눈물
대부분의 안구건조증 환자는 눈물 성분이 좋지 않다. 이 경우 점액층, 지질층, 수성층 중에서 부족한 성분을 보강한 인공 눈물을 처방한다.
사이클로스포린
근래 안구건조증의 원인이 염증에 있다 고 밝혀지면서 염증을 줄여 눈물 분비량을 늘리는 방법도 많이 사용한다. 사이클로스포린은 일종의 면역억제제이자 약한 농도의 항암제로, 염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누전폐쇄술
눈물이 흘러 나가는 길을 눈물관이라고 하는데, 눈물이 눈에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이 눈물관을 좁게 만드는 방법이다.
체질 개선 병행 한의학 처방
눈의 면역계가 정상인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오는 안구건조증이라면 비교적 치료가 쉽다. 그러나 만성질환이나 뒤틀림, 경혈상의 부조화로 인해 오는 것이라면 질환이 반복될 확률이 높다.
한의학적 치료는 안구질환이 반복되는 체질을 개선하여 문제가 되는 장부의 개선과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둔다. 한약은 일반적으로 안구 상태와 몸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방한다. 이 외에도 한방안약과 침치료,추나요법, 안구운동 등과 병행하여 치료를 한다.
송준호
현 미아체한의원 대표원장으로
KBS, MBC, SBS, 한방TV 등
각종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2014년에는 헬스조선 베스트 클리닉
안구질환 부분에 선정되었으며,
2011년과 2012년에는 글로벌 의료서비스
2년 연속 안질환 한방분야 대상을 수상했다.
김성일
현 강남더밝은안과 대표원장이자
서울 을지병원 안과 외래교수로
여러 매체에 자문과 기고를 하고 있다.
국립재활병원 초대 안과과정을 역임했으며,
아시아태평양 안과학회와 미국 백내장 굴절 수술학회,
유럽 백내장 굴절 수술학회, 미국 안과학회 정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