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세대가 생각하는 ‘노인 기준’은 70세 이후
희망 퇴직 연령보다 20년 빠른 평균 퇴직시기
유명무실한 신중년 정책..당사자 대다수가 ‘들어본 적도 없어’
[리크루트타임스 이효상 기자]
대다수의 5060세대가 70세 이상에도 현업에서 근무를 지속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사회적으로 이들이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정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특히 이들의 일자리가 임시직과 단순노무 업에만 집중되고 있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국가는 현재 저출산과 초고령사회라는 사회적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저출산이 곧 경제활동 유입인구 저하로 이어져 노동 생산성 저하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였다.
신중년 세대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정년을 앞두고 경제활동 전선에서 물러날 이들이었으나, 평균 여명의 증가나 부양 자녀의 감소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이들의 실제 정년이 갈수록 연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줄어드는 경제활동유입인구를 이들로 대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생산성 저하 없이 이들의 경제 활동 수준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5세는 노인도 아닌데..
50세 이상 69세 이하에 해당하는 신중년 세대가 바라보는 ‘노인’의 기준은 무엇일까.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노인 연령 기준은 65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70세 이상을 ‘노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 최신호에 김경래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신중년의 노후 인식실태와 시사점’에 따르면, 신중년층의 52.6%는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세~75세 라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진 응답으로는 75세~80세 미만이 20.8%로 높았는데, 73%가 넘는 이들이 적어도 70세 이상이 되어야 ‘노인’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65세 미만을 노인으로 보는 비율은 고작 2.4% 뿐이었다.
우리나라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장기요양보험 등 주요 복지제도가 65세를 기준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 기업의 정년이 만 60세로 지정된게 일반적이란 점 등과 비교하면 응답간 괴리감이 발생한다.
5060세대 스스로가 자신들을 노인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사회에서는 이들을 ‘노인’으로 지정하고 있는 셈이다.
■5060세대가 바라는 평균 은퇴시기는 70세 전후
신중년 세대로 불리는 5060세대는 소득, 노후 준비 등을 이유로 근로활동을 지속하기를 희망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5월 경제활동 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희망하는 근로 상한 평균 연령은 73세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이아영 부연구위원의 ‘신중년의 경제활동 실태와 향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활동 지속 희망 평균 연령은 69.2세로 나타났다.
두 조사 결과를 취합하면 적어도 70살을 전후로 해서 은퇴를 계획하는 이들이 많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아영 부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70세 이상까지도 일자리를 지속하기를 희망하는 비율은 무려 59.9%에 달한다.
10명 중 6명은 ‘노인’으로 불리는 세대에도 지속적인 근로활동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단연 ‘소득’이 문제였다. 응답자 중 58.1%는 근로활동 희망 이유로 ‘소득을 위해’라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경래 부연구위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신중년의 86.4%는 노후생활비를 본인 또는 배우자가 마련해야하는 것이 바라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의 보장이나 자녀 등의 부양을 바라는 경우는 각각 12.6%와 0.9%로 소수에 그쳤다.
■희망 퇴직 연령보다 20년 빠른 퇴직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 자료에 의한 희망 퇴직 평균 연령이 69.2세인 반면, 실제 5060 세대의 평균 퇴직 연령은 50.5세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정년인 60세보다 10년이 빠르고, 희망하고 있는 퇴직 연령보다는 20년이 앞선 숫자다. 5060세대가 최소 20년을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퇴직의 이유도 자발적 퇴직보다는 비자발적 퇴직의 비중이 높았다. 가장 많은 퇴직 사유는 ‘일거리가 없어(21.9%)’로 나타났으며, 건강이 좋지 않아서(17.7%), ‘정년퇴직(12.2%)’,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10.4%)’ 등 본인이 원치 않은 퇴직을 겪었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스스로 일을 그만둘 나이가 되었다고 판단해서 노동 시장에서 빠져나온 이들은 단 11.2% 뿐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비자발적 퇴직을 경험한 5060세대의 재취업이 자신의 경력을 살린 직종 보다는 당장의 생계 유지가 가능한 단순노무직이나 임시직에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생애 주된 일자리 직종과 현재 일자리 직종의 분포 변화를 비교했을 때 서비스작과 단순노무직, 판매직과 같은 단순노무 및 임시직의 비율이 높은 직종에서 증가가 나타나는 반면 사무직, 기능 종사직, 전문가 및 관리자 등의 비율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임시, 일용직 비율은 10.3%에서 12.3%로 증가했으며 현재 경제활동 중인 신중년 10명 중 6명 이상이 비임금근로자로 확인됐다. 이 중 46%는 고용인원이 없는 단독 자영업자는 무려 46.0%에 달한다.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이들 대다수가 단독자영업인 점, 비임금근로자로 활동 중인 점 등은 신중년 세대의 열악한 취업 환경을 반영한다.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유명무실한 지원책,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해
정부가 신중년 세대의 사회적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각종 정책 등을 내놓으며 한껏 집중하고 있는 모양세다. 2017년 8월에는 ‘신중년’ 세대를 명명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를테면 올해 5월 1일부터 시행된 재취업지원서비스 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는 올해 5월부터 10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50세 이상 비자발적 퇴직자가 발생하면 반드시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밖에도 신중년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활동 지원 사업,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 생애 경력 설계 서비스 등 다양한 정책이 지원되고 있다. 문제는 이와같은 정책이 정작 가장 필요로한 신중년의 현실에서는 멀리 떨어져있단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신중년의 노후인식 실태와 시사점’에 실린 ‘신중년의 정책 인식·태도’에서 이러한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 결과, 신중년층 대상 정책에 대한 실제 인지도는 매우 미흡한 수준이었다.
사회공헌활동 지원 사업의 경우에는 ‘인지하고 있다’는 답변이 고작 16.6%에 그쳤다. 들어본 적도 없다는 답변은 55.3%로 과반수를 넘겼다. 알고 있다고 답한 이들 중 서비스를 경험한 비율은 6.6%에 불과하다.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의 경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꽤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대표적인 지원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들어본적도 없다’는 응답이 50.9%로 절반 잇아을 차지했다.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한 712명 중 이용 경험이 있는 이들은 6.0% 뿐이다.
생애 경력 설계 서비스와 고령자 인재은행과 같은 서비스의 경우 신중년 층에서 ‘들어본 적도 없다’는 응답이 각각 73.4%, 72.0%를 기록하며, 신중년을 위한 정책이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운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신중년층 대상 정책에 대한 낮은 인지도의 원인이 부적절한 홍보 방식에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중년층 대상의 경우 정보 습득의 주된 경로와 매체가 TV프로그램 등인데 비해 대다수 정책 홍보가 이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김경래 연구원은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신중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대상인 본인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적극적인 정책 홍부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신중년 정책의 활성화를 위해선 느슨한 정책의 고리를 보다 촘촘하게 설계해야한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이를테면 재취업지원서비스법의 경우 의무화 라는 시행령을 제시하긴 했으나 미이행시 수반되는 규제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기업의 자발적, 자율적인 참여를 독려할 뿐이다.
때문에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자신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인지 모른채 비자발적 퇴직을 경험하고 적절한 교육 없이 이직 시장에 내몰리는 이들이 다수다.
향후 20년 이상을 노동시장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해야할 이들이 준비 없이 고용 유지가 위태로운 곳으로 내몰리는 이유다.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앞으로의 10년 뒤를 고민했을 때 예상치 못한 많은 인력이 ‘잉여 인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5세 이상의 일자리인 ‘시니어일자리’ 대다수가 사회 공헌 일자리에 치중 돼 용돈벌이 수준에 그치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신중년층의 인규 규모는 2020년 현재 1500만 명에 이른다. 총 인구의 29%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2030년이 되면 그 규모는 1700만 명 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들 다수가 적절한 대비 없이 노동시장 밖으로 내몰려 잉여인력으로 전락한다면, 사회적 부양비용의 증가와 경제적 위기는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노인’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신중년에 대한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문 출처]
http://www.recruit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