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콕 박혀있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요즘(어느덧 새해),
웰메이드 영화와 드라마만한 친구가 없죠.
오늘 소개하고 싶은 영화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필름,
<변함없는 자들의 마을>(2018)입니다.
영화는 ‘은퇴’와 ‘이혼’을
동시에! 그것도 아주 자발적으로!
경험하는 한 중년 남성의 위기를
잔잔한 무드, 절제된 영상미 아래에서
잘 그려내고 있는데요,
느닷없는 정체성의 혼란과 호르몬 변화로
쓸쓸하며 기묘한 기운이 감도는
오춘기, 육춘기의 중년 남성분들께
마음 깊이 와닿을 영화라고 생각해요.
남을 짓밟고
위로 올라가야만 하는
생존 경쟁,
직장 생활은 지치기만 하고,
별것도 아닌 일로 아내(헬렌)와는
말다툼을 벌인다.
더욱이 대학을 졸업한 27살의
마마보이 아들(프레스턴)은
독립도 못 하고 빌빌대고 있다.
영화 <변함없는 자들의 마을>의
주인공 중년 남성 앤더스의 이야기다.
난 인생을 거미줄 같은 거로
생각하곤 했어.어떤 줄들이
나한테 연결된 거지.줄이 더 많이 연결될수록
중요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중략)
내가 없어지면,
내 인생에 있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게 돼.나는 사라지는 거고.
주인공 앤더스
거미줄이 저절로 변하면서
나 없이 계속 이어지는 거야.
금융 업계에서 잘 나가던
직장인 앤더스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지긋지긋해져
‘은퇴’와 ‘이혼’을 강행한다.
그리고 ‘굳이’ 같은 마을에
아파트를 하나 새로 구해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지루하고 심심한 삶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갑갑하고 지루한 삶 속으로
전처의 친구 아들(찰리)이
기어들어 오게 되는데,
찰리는 심각한 약물 중독이다.
어쩌다 둘은 약도 같이 하게 되는데,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 하고
겉도는 약물 중독자 찰리는
앤더스가 마음에 들어 그를 따른다.
앤더스의 전처 헬렌은 이혼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한 남자와 사귀고 있는데,
그 남자는 심지어
한때 앤더스와 친했던
금융업계의 동료이다.
(갑갑하다)
앤더스는 친한 친구에게 이런저런 고민을
늘어놓고 함께 스트립 클럽에도 가보지만,
그 어떤 것도 그를 자극하지 못한다.
(답답하다)
하지만 스트립 클럽에서 앤더스는
우연히 같은 처지의 한 중년 여성을
만나게 되고, 좋은 관계를 이어간다.
(다행이다)
아들 프레스턴은
엄마 밑에서 일하는 중에
도박을 하다가 발각돼 쫓겨난다.
그리고 배달 일을 시작하는데,
술 배달을 하던 아들 프레스턴은
우연히 마약 중독자 찰리의
안타까운 최후와 마주하게 된다.
아빠와 아들은 적잖은 충격에 빠진다.
앤더스는 현재가 불만족스럽고
행복하지 않다는 이유로
은퇴와 이혼을 강행했지만,
기대와 달리
그의 삶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는 직장 탓, 아내 탓을 하면서
자신을 옭아매던 두 가지 책임으로부터
벗어났으나 그의 삶은 제자리걸음일 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다던 그의 용기는
한적한 동네 밖을 벗어나지 못한 채
마을의 새로운 아파트를 얻는 수준이었고,
이혼 후 아내 주변을 배회하는
구차한 모습에선 홧김에 저지른
이혼의 불쌍한 결말을 보여준다.
그건 바로 때늦고 어설픈 후회다.
과연 주인공 앤더스는
새로운 사랑과 인생을 찾아
이전과 다른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어떠세요?
주인공 앤더스의 처지에
절절하게 공감이 가신다구요?
지금 당장 영화가 땡기신다구요?
코로나 블루엔
역시 블루한 영화가 제격이죠.
기왕이면 여러분의 인생도
찬찬히 한 번 돌아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