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시한 베테랑을 위하여
매스티지데코 김지수 대표
그는 대한민국 보통의 50대와는 다르다.
스타일이 그렇고 사고방식도 그렇다.
자신이 잘하는 일과 사업,
좋아하는 놀이와 취향을 확실히 알고
제대로 즐길 줄 안다.
자신의 한계를 알며 반성할 줄도 안다.
상식에 얽매이지 않지만,
중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스타일리시한 50대가 더 많아지면
멋질 거라는 생각을 한다.
탁월한 디자인과 트렌디한 감성,
합리적 가격으로 사랑받는 가구 브랜드
매스티지데코의 김지수 대표 이야기다.
새로움과 복고의 세련된 등장
갓 일어난 듯 부스스해 보이면서
묘하게 맵시 있는 스핀스왈로 파마,
군더더기 없는 스틸 안경과 꽤 어울린다.
그레이 컬러 상의에 청바지 코디네이션은
또 얼마나 스타일리시한지.
2019년은 뉴트로 시대라고도 하는데
매스티지데코 김 대표의 스타일이 딱 맞다.
‘새로운(New)’과 ‘복고(Retro)’의 합성어인
뉴트로는 과거의 것에 현재 상황과 감각을
접목해 지금 감성에 맞는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낸다.
뉴트로는 무엇보다
절대적인 기준을 버리고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가능하다.
그것은 웬만한 청년도 쉽게 도전 못 할
스핀스왈로 파마를 50대가 했다는 뜻.
젊은 날에는 평범한 스타일로 살았다면
현재는 파격적 스타일도 연출할 줄 안다는 뜻.
집무실 풍경도 그를 닮았다.
뉴트로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P, 소품, 책, 전축, 드로잉, 토이, 타자기 등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온갖 것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여기는 한번 들어오면 쉽게 나갈 수 없는
마법의 성과 같다.
호기심을 장전하고 들어갈라치면
그 컬렉션을 하나하나 보고 만지고
감탄하는 데만도 족히 며칠은 걸리기 때문.
컬렉터가 그렇듯 모든 애장품에는
저마다 사연과 동기가 있으니
설명만으로도 또 며칠은 걸린다.
사무실 안에 감도는 공기 입자조차
미세한 감동이 있고 그에 운율 맞추듯
흐르는 BGM에도 분명한 컬러가 있다.
뉴트로, 어덜트, 트렌드, 스타일,
크리에이터, 컬렉터 등 어느 하나로도
충분하지만 다 모여야 온전한 설명이 된다.
멋진 디자인과 합리적 가격의 공존
매스티지데코는 곧 15주년을 앞두고 있다.
대표 상품인 New Retro,
덴마크인들의 휘게 정서
속에서 탄생한 Tyme,
킨포크&슬로 라이프를
반영한 LONDONER,
뉴요커의 삶과 정서를
녹여낸 NEW YORKER,
소통과 사생활이 공존하는
새로운 거실 문화를 제시한
renovatio 등이 매스티지데코의
가구이자 철학이다.
멋진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가구,
자신의 공간을 예쁘게 꾸미길 원하거나
뛰어난 안목으로 멋지게 장식하는 이들이
좋아하는 가구로 거듭 성장하고 있다.
오리지널 특허 디자인으로
중국,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 수출하는 국내 최초의
디자인 가구 브랜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김지수 대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음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유행을 주도하고
포착하는 트렌드세터의 강조치고는
어딘지 우직한 데가 있다.
그러나 곧 알게 된다.
중심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촉수와 흔들리지 않는
중심의 공존. 균형과 조화를 잘 아는 것.
그는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해
지금도 핫 플레이스를 찾아다니고
문화 콘텐츠를 체험하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지난 2008년 일이었다.
핫 플레이스와 미디어에서
고개를 살짝 내민 에지 있는 가구를
그가 놓칠 리 없었다.
국내에 갓 선보이기 시작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가구로 요즘은 북유럽풍 가구 또는
미드 센추리 퍼니처라고 불린다.
당시 매스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으나
소위 디자인, 광고, 인테리어, 건축 관련
트렌드세터들이 새롭게 즐기고 있던
가구와 소품들이었다. 그것을 응용해
대중 시장에 걸맞은 디자인과 쓰임새,
가격으로 세상에 등장시켰으니
이것이 엄청난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매스티지데코는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 트렌드를 이끄는 선두주자가 됐다.
“일상적인 의식주에
어떤 스타일이나 가치가 부여되면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이름을 갖습니다.
어떤 스타일은 디자인 지향적,
또 어떤 스타일은 사회적이고
세대의 분위기가 적극적으로
반영되기도 합니다.
반면 지극히 주관적인,
자신의 오롯한 스타일로
탄생할 수도 있죠.“
그는 특정 장소, 물건 그리고
사람들의 차림새에서도
곧잘 영감을 얻는다.
그들이 신고 입고 마시고
보고 만지는 것들과
즐기고 쉬는 곳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애용하는 브랜드, 삶의 태도 등을
살피면 자연스럽게 그들이
좋아할 만한 가구가 보인다는 것.
이는 영화, 음악, 사회, 유행, 패션,
놀이, 음식 등 다양한 영역의 문화를
골고루 섭취한 덕분이기도 하다.
“다양한 영역의 문화와 지식에
큰 관심을 두고 살아온 것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아요.
젊을 때는
다양한 것들을 탐미하던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각개의 문화를 개별적으로
해석하면서 동시에 가능한 한
여러 문화를 습득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만들고 사용하는 이들은
결국 사람이므로 인문학적 시각은
중요한 기저가 됩니다.”
잘 놀면 일도 잘하는 법
그에게 놀이와 취향은 일과 무관하지 않다.
놀이와 취향은 인간 고유의 본성이다.
호모 루덴스인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연구
그리고 실제적인 공감을 가지게 될 때
놀이와 취향이 비즈니스로 확장되고
성공 또한 이끌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것을
일로 삼았다고 해서 꼭 성공할 리는
없다는 것도 안다.
그렇기에 트렌드 변화와
소비자 구매 패턴을 민감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은 필수다.
상품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 안목을 만족시켜줄 수 있냐는 것.
오늘날의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는
자기의 행복이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된다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가성비만 따지는 범용 상품은
기본적인 쓰임새만 유지되면
별문제 없습니다.
즉 브랜드가 크게 중요하지 않죠.
반면 감성적 취향과 기술적 전문성을
따지는 목적 소비 상품들은
소위 브랜드 가치가 무척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과 맥 에어 노트북만
고집하는 힙스터를 보죠.
스마트폰의 수신기능과 각종 앱의
유용성만으로 구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디자인의 감성적 가치와 그와 관련된
문화 생태계의 일원임에
자부심을 가지기 때문이죠.”
김 대표의 수많은 놀이와 취미 중에
위스키 주조가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원주라고 하는 이미 증류된 다양한 술을
잘 블렌딩해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는 것.
위스키 맛은 오크통 숙성의 결과가
60~70% 안팎이라는 데서 착안해
숙성 통의 다양성에 집중한다.
스카치위스키 중 셰리 캐스크를
벤치마킹한 숙성 증류주에
포커스를 맞추고 라벨도 직접 그려 붙인다.
나름 위스키 이름과 일련번호도 지었다.
취미로 시작한 놀이가 지금은
전문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됐고
추후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저장한 상태다.
드로잉 수준도 전문가 못지않다.
가구나 소품 디자인에도 활용하고
위스키 라벨이나 잡지 기고문의
삽화도 직접 그려 넣을 정도다.
한편에 세워진 기타도
물론 장식 소품이 아니다.
사무실에서 일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쓴다.
사무실로 찾아온 지인과
직접 만든 위스키를 나눌 때면
하루가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해진다고.
어떤 주제로든
밤새워 이야기할 수 있다.
참으로 호기심 많고 에너지 넘치고
열정적으로 잘 노는 호모 루덴스다.
우연히 발견한 재능, 밀고 당기다
김 대표는 상당히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서울대에서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하고
공군사관학교에서 장교로 군 복무를
할 때에는 관련해서 강의도 했다.
그런데 강의만 했다 하면 생도들이
하도 졸아서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트렌드와 문화 관련 내용을
접목해 운동생리학, 건강관리 등을
설명했는데 그게 한마디로 빵 터졌다.
그 후 생도들은 눈을 반짝이며 끝까지
강의를 들었고 이게 계기가 되어
책 <나는 다이어트가 즐겁다>를 출간했다.
신문, 잡지 인터뷰는 물론
라디오, 아침방송까지 출연했다.
그때 김 대표는
“내가 대중의 눈높이를 감지하고
지식이나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재주가 있구나”
를 알았다고.
그래서 제대 후 본격적으로
관심 있는 분야를 총망라해
<클릭 대중문화가 보여요>를 냈으니
그때가 29살 무렵이었다.
이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교육 심리와 연구 방법론으로
박사 과정을 수학한 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영화, 문화 칼럼 등을 썼다.
지금은 페이스북에 일상에서 구한
온갖 지식과 정보를 기록한다.
최근 일 년가량 키즈 매거진에
육아 칼럼과 그림을 기고하기도 했다.
15년간 꾸준히 매달 6~10권을
장르에 상관없이 구매해서 읽는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가구와 리빙,
넓게는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한
에세이집을 준비하고 있다.
직접 그린 삽화도 들어간다.
서두르지 않은 탓에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덕분에 역사, 풍속, 문화와
관련된 서적을 두루 읽었고
이를 책에 녹여낼 수 있었다.
“저의 업이 개인 혹은 가족들을 위한
가구를 만들어 파는 일인데,
단순히 가격을 싸게, 디자인을 근사하게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소비자에 대한 철저한 마케팅 분석과
전략은 물론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큰 우물에서 한곳을 차지하는
리빙, 인테리어, 가구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야 합니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희망 어린 노년, 상상 어린 중년
그는 예전 한 잡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의 노년은 지금보다는 더 활발하고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지니는 동시에
통찰력과 남성미를 가진, 예술적인 삶을
지향하는 자유주의자이길 바란다.”
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어떠할까?
달라진 시선, 추가할 내용이 생겼을까?
평균 연령대에 비해 자유롭고
다양한 문화를 섭렵하는 그조차
제도권 삶에 짜 맞춰진 현재의
라이프스타일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다면
예술적인 삶을 지향하는 자유주의자는
어렵다고 토로한다.
또 개성 어린 자유주의자가 꼭 갖춰야
할 덕목을 잊고 살았다고 자백한다.
바로 ‘공감 능력’.
타인에게 굴하지 않고
소신과 의지를 슬기롭게 펼쳐서
자기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 공식이라면,
소신을 펼칠 때 지혜로운 교감 능력으로
소통해야 함은 상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기 위해 나름 시간도 필요했고
마음고생도 했노라고.
앞날을 예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을 잘 살아가는 것은 더 중요하다.
현재를 잘 꾸려가면 노년도 멋스럽다.
지금의 중장년층은 자신의 놀이, 취향,
공간 등을 가꾸는 게 영 어색하고 낯설다.
그렇게 살아본 시간이, 문화가 없었기 때문.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도 잘 노는
김 대표가 동년배에게 더 적절한
어드바이스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관성적으로 익숙한 생활 유형에서
벗어나기 싫은 타입에게는
굳이 ‘이런 삶이 어떠니? 꼭 해봐’라고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본인이 현재의 삶에 만족하면 다행이니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릅니다.
좋아하지만 못하는 것은
남의 것을 즐기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음악 감상,
미식 즐기기, 여행 등.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대상이나 문화에 대한
최초의 흥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분야에 생경하고 막연한 동경심을
가져도 상관없습니다. 오래 즐기다 보면
안목이 트이고 관련 지식이 쌓이면서
이른바 마니아가 되지요.”
좋아하는 것을 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경험이 없어도 타고난 손재주와 감각으로
나중에는 직접 제작하는 경지에 오른다고.
좋아하는 것은 없으나
일단 시작하면 잘할 수 있다고
믿는 타입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잘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것은
아마 제도권 교육을 열심히 받아서
학습 능력이 뛰어나거나 책임감, 실력
등을 인정받은 경우인데 이는 관심도 없고
할 줄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잘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결국 무엇이든 자기가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공동체 문화에 익숙하게 살아와서
혼자 힘으로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것저것 기웃거리고 도전하면
분명 한 가지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무형의 가치가 명작을 남기다
현시점에서 행복, 삶의 가치, 사회적 도의
등을 되돌아보고 새겨봄은 멋진 베테랑이
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김 대표의 행복은
‘나를 찾는 것’에서 출발했다.
자신의 관점과 즐거움의 원천 그리고
삶의 지향점을 정확히 아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행복은 어떤 결과물로서의 성취나
성공이 아니라 일상에서 체감하는
즐겁고 평안한 기운이나
심리적 상태라고 보는 것이다.
그만의 행복 체감 바로미터가 있다.
“언제나 즐거울 수는 없겠죠?
희로애락이 공존하니까요.
그래서 아주 짜릿하진 않지만
내 하루의 삶을, 일주일의 시간을,
한 달의 기간을 평균적으로 볼 때
우울하고 슬펐을 때보다
즐겁고 편안했던 기억과 경험이
많았다면 행복한 것입니다.”
삶의 가치 역시 더는 남의 잣대로
생각과 행동을 구속하고
가치를 매기게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발현되며 공공선과 긍휼지심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를 염원한다고 했다.
“베테랑은 젊은 친구들 못지않게
자신의 개성 어린 삶을 잘 아우르는
멋진 분들을 지칭하는 개념이 될 것입니다.
아직 그렇지 못하다면 경제적, 시간적
여유의 문제가 있겠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남다른 열정과 도전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늘 존재해왔다는 것을 유념하면 됩니다.
작은 습관 하나부터 바뀌기 시작하면
곧 멋진 베테랑에 입성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