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할리우드 스타 톰 행크스가
<뉴욕 타임스>에 글을 한 편
기고한 일이 있어요.
“I Owe It All to Community College”
자신의 인생은 전문 대학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제목의 오피니언이었죠.
학습 부진아인데다가
경제적 여유도 없었던 그를 받아준
Chabot이라는 전문 대학에서의
소중했던 2년의 시간이
그를 4년제 대학의 무대 연출 전공으로
<점프-업> 하도록 도와주었고,
그곳에서 배운 여러 가지 수업들이
(특히 스피치 수업!)
자신의 배우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대학 동기들을
하나하나 회상하기도 하는데요,
거기엔 전역 군인, 유부녀 그리고
고용 가능성과 월급을 올리기 위해
대학에 등록한 중년 남성들도 있었다고요.
몇 년 전에 나는
우리 아이와 함께
Chabot 대학 캠퍼스 옆을
운전해가다가 그곳에서의 2년을
이렇게 정리했다.
“저곳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
커뮤니티 칼리지에서의 2년이란 시간이
굉장히 의미 있고 뜻깊었던 모양인지
톰 행크스는 당시 자신과 함께 대학에
다녔던 한 중년 남성의 삶을 모티브로
직접 영화 한 편을 제작하기에 이르는데요,
그 영화가 바로
<로맨틱 크라운>이라는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에 개봉했죠.
톰 행크스가 영화의 주연은 물론
제작, 각본, 감독까지 도맡았고,
여자 주인공 ‘줄리아 로버츠’는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흔쾌히
영화 출연 승낙을 했다고 하네요.
커다란 입만큼이나 마음도 참 큽니다.
영화 <로맨틱 크라운>은
위기의 순간에 직면한
평범한 중년 남성이
긍정과 희망으로 인생을
새롭게 개척해나가면서
또 다른 위기로 힘들어하는
중년 여성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성실한
중년 남자 래리 크라운,
무려 8번이나 <이달의 직원>으로
뽑힐 정도로 열심히 일하던 그에게
어느 날 청천벽력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자네의 학력 부족이
승진에서 계속
발목을 잡고 늘어질 걸세.
평생 절름발이 신세인 거지.
대학물을 안 먹어서!
안타깝지만
우린 각자의 길을 가야겠네.
낙담할 틈도 없이 재취업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열심히 뛰는 래리 크라운,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혼 위자료에 할부금까지 그를 괴롭힌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대표 긍정 대장,
본격 희망 장군 <톰 행크스>는 절대로
낙담하지 않는다!
못 배운 설움을 극복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고,
20년간의 해군 취사병 경력을 살려
친구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도 시작한다.
그야말로 주경야독의 만학도다!
래리 크라운이 대학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구입한 것은 스쿠터다.
스쿠터를 탄 그는 대학을 오가며
젊은 대학생들과 즐겁게 지낸다.
반면 삶의 의욕을 잃은 메르세데스 교수는
그와는 정반대되는 인물이다.
까칠하고 칼 같은 대학교수인 그녀는
작가랍시고 블로그 관리나 하면서
포르노나 보는 한심한 남편과
이혼 절차를 진행 중인데,
매너리즘에 빠져 강의에도
흥미를 못 느끼고,
술 없이는 살 수 없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렸다.
래리 크라운이 그녀의 스피치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그는 그녀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사는 게 지루하고 답답했던 그녀는
어딘가 한참 부족하지만 늘 낙천적이고
성실한 래리에게 서서히 빠져들고,
래리 또한 까칠하고 불만투성이지만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이 있는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젖어든다.
영화 속에서
이혼에~ 실직에~ 집까지 잃은
중년 남성 ‘래리 크라운’의
대책 없는 긍정과 성실성은
아무 대책이 없기에
도리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 언젠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래리의 이 순수하고도 낙관적인 태도는
애써 시선을 비낀 채 외면해왔으나
때맞추어 잘도 찾아온 은퇴와 퇴직의
시간 앞에서 망설이고 괴로워하는
참 열심히도 일한 대한민국 중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마인드 셋이 아닐까 싶어요.
세상의 모든 일들은
참 복잡하게도 느껴지지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단 두 가지뿐이 아닐까 싶어요.
“당면한 현실을 긍정하거나~ 부정하거나!”
아, 물론~ 여러분은 일단 긍정하셔야죠!
영화 <래리 크라운>은
사실상 삶에 대한 자세와 열정이
인생의 전부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새삼스레 일깨웁니다.
새로운 도전과 학교생활을 놀이처럼
편하게 즐기는 래리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인생에 대한 태도>라는 것이
얼마큼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죠!
그는 영화 제목처럼 로맨틱하게
사는 법을알고 있다는 점에서
그 누구보다 행복한 남자입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순간,
래리 크라운이 마련한 건
다름 아닌 ‘스쿠터’였습니다.
기름을 아끼려고 타게 된 스쿠터였지만,
덕분에 젊은이들과 친해지기도 하고,
인생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죠.
그건 다름 아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연인입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스쿠터’를
한 대 몰아보시기 바랍니다.
지루하고 답답하며 막막한 중년 인생이
조금씩 풀리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아, 늦바람을 권하는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