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전
외국계 다국적 기업에 30여 년간
몸담으며 세일즈맨의 길을
걸어온 김동현 사무국장.
하지만 은퇴 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일선에서 물러난 후
그간의 경험을 담은 책을 집필하고,
강의와 봉사활동 등 ‘돈’보다 ‘가치’를
좇는 삶을 살고 있는 것.
또 대한출판문화협회 사무국장으로
재취업해 새로운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김동현 사무국장
지도가 아닌 나침반을 따라가라!
Q. 은퇴 전 이력이 궁금합니다.
서울대에서 농화학을 전공한 후,
주로 듀폰, 몬산토 같은 외국계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했습니다.
30대 중반에 3년 정도
개인사업을 하다가 접은 경험도 있고요.
마지막 직장인 콜비온 퓨락에서
12년간 한국지사 대표로 근무한 후
2015년 퇴직했습니다.
Q. 은퇴 후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나요?
은퇴 전엔 가족부양의 부담감,
책임감으로 살았습니다.
은퇴 후에는 내 안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고 있어요.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
내 내면의 욕구를 실현하는 거죠.
은퇴 후의 삶은
내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좇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은퇴 후 책을 내고 작가로 데뷔하셨는데,
책을 내기로 결심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은퇴 전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속에 늘 아쉬움과
공허함 같은 게 있었어요.
허전하고 뭔가 채워지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죠.
하지만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그동안 살아온 시간들을 정리하면서
과도한 열정보다는 지혜로운 담담함이,
원대한 꿈보다는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는
현재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Q. 책을 낸 후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나요?
그간의 사회생활 경험과
노하우, 깨달음을 토대로 쓴 책
<담담하게 걷고 뜨겁게 뛰어라>의
출간을 계기로 강의를 시작했어요.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하고
나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는 게
좀 더 쉬워진 셈이죠.
물론 책을 내자마자
금세 그런 기회가 찾아온 건 아니고
점진적으로 서서히 다가왔습니다.
Q. 강의의 중요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또 전달하시고 싶었던 가치는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용쓰지 말고 공들여 살자’입니다.
하루하루 한 걸음씩 나아가는 데 집중하자,
한 가지씩 해나가자, 이런 내용이에요.
살아보니 그렇더라고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달라지는 게 아닙니다.
하나라도 실천으로 옮겨야 달라지는 거죠.
책을 내겠다는 생각이면
책을 내는 데 집중하고,
강의를 하겠다는 생각이면
강의 콘텐츠를 가다듬고
강의 실력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그렇게 조금씩
하나하나 해나가다 보면
그게 쌓이고 쌓여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삶이 달라집니다.
Q. 은퇴를 맞이한 5060에게
자원봉사나 재능기부, 사회적기업
취업 등은 어떤 의미일까요?
5060은 2030과 달리 웬만한 일엔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
이성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이나
경험은 물론, 신체적 기능 또한
충분한 상태인 거죠.
한마디로 최고의 시기예요.
과거엔 생산성이나 성취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내가 속한 공동체나 대의를 위한
투자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시기고요.
돈, 즉 경제적 보상보다 나 자신을 찾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해지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자원봉사나 재능기부,
사회적기업 취업 등은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유감없이
발휘할 기회이자 나 자신을 찾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재취업에 성공하셨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다면요?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
은퇴 후 숭례문학당 독서토론 모임,
인문학 모임, 한겨레문화센터 강의,
동창회 등 다양한 모임을 통해
좋은 사람,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났고,
이를 계기로 대한출판문화협회와도
연이 닿을 수 있었으니까요.
사실 30여 년간 세일즈맨으로 살다가
전혀 다른 분야인 출판 일을 하게 돼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찬찬히 배워가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 보상은 예전보다 적죠.
그래도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훨씬 큰 것 같아요. 관심 있던 일,
해보고 싶던 일이니까요.
Q. 은퇴 후의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혼자 잘 노는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은퇴 전엔 직장 동료나
일로 만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잦지만 은퇴 후엔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니까요.
저 같은 경우 읽고 쓰는 데서
즐거움을 찾았어요.
나중엔 고독이 즐거워지더군요.
더불어 집과 일터가 아닌 제3의 공간,
나만의 아지트를 갖는 게 중요해요.
나만의 공간에서 나다워지는 시간,
나를 북돋우고 추스르는 시간을 갖는 거죠.
실제로 제가 아는 분 중 클래식과 오페라에
조예가 깊은 은행 지점장님이 계세요.
은퇴 후 그간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쉬운 오페라 산책’이라는 강의를 하시는데,
그 인기가 대단합니다.
좋아서 취미로 했던 일이 은퇴 후엔
나만의 콘텐츠,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거죠.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살아보니 허투루 지나가는
시간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과가 바로 나타나진 않더라도
조바심 내거나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예기치 못한 기회를 만나게 되니까요.
제겐 대한출판문화협회에 재취업한 일이
그런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였어요.
이 때문에 정해진 계획에 따르기보다는
매일매일 충실하게, 공들여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