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떠올리는 중년의 공포
건망증, 당당하게 맞서라!
휴대 전화로 통화하면서
휴대 전화를 찾고 있는 모습은
‘나 치매 아니야?’라는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몸 쑤시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지만,
치매에 대한 충격과 공포에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중년만이 아는 두려움,
치매와 건망증.
걱정이 정답은 아니다.
건망증은 치매 같은
기억장애라기보다는
단순한 인지장애다.
인지장애란 지적 능력
저하에서 오는 행동장애다.
지적 능력은 기억력과 함께
창의력, 통솔력, 통찰력, 지력 등
다양한 사고 능력을
포괄적으로 일컫는데,
그중에서
기억력이 떨어지면
건망증과 같은
행동장애가 나타나는 것.
흐린뒤맑음신경과의원의
최성호 원장이 되묻는다.
“학교 성적이 나쁜 아이들은
인지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것을 가르쳐도
기억 못하기 때문이죠.
이 아이들이 모두
치매를 걱정해야할까요?”
건망증은 병이 아니기에
기억장애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물론 중장년 이상에서 나타나는
치매의 전조증상에서 오는
건망증이라면 기억장애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흔히 건망증은 잠깐 망각했다가
다시 기억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병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건망증이 잦으면 치매로 갈 확률이
2~3배 높다는 보고가 있지만,
개연성을 찾는 연구가
아직도 진행 중이라
건망증을 치매의 전조로 단언할 수 없다.
깜빡이는 데는 이유가
정보는 등록과 저장, 인출이라는
3단계를 거쳐 우리의 머릿속에 기억된다.
건국대학교병원장인 한설희 교수는
그의 저서 <나 치매 아냐?>에서
저장된 정보가 너무 많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 그리고
알코올이나 약물 때문에
장애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방금 접한 정보가
미처 저장되기도 전에 또다시
새로운 정보에 노출되다 보니
입력된 정보의 양이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집중력 장애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평소에는 신문을 보면서 밥을 먹고,
동시에 대화를 잘 나누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면 셋 중 하나를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과 같다.
방대하게 흘러들어오는 정보와
그에 따른 집중력 부족은
스트레스나 초조, 불안, 우울 같은
심리적 질환과 만성질환의 원인이며,
이는 곧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기억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우울증은 건망증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여자들은 폐경에 따른
호르몬 변화와 함께 자녀의 학업이나
남편의 직장 걱정이 맞물리면서
우울증과 함께 건망증이 시작됩니다.
남자들은 주로 자리에서 밀려나거나
은퇴하여 존재감을 잃으면서
우울감과 함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최성호 원장의 설명이다.
복잡다단한 도시의 삶을 버리고
욕심 없는 자연의 삶으로
귀의하면 어떨까?
그래도 건망증은 피할 수 없다.
노화 때문이다.
“보통 40대 이후부터
뇌에 노화가 시작되면서
기억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보통 이것을 치매나
알츠하이머의 전조 증상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화이니까요.”
생활습관에 답이 있다
병이 없는데 약을 먹을 수는 없다.
근래 건망증이 특정 유전자의
단백질 결핍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는 했지만
아직 검증을 거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의학계에서는
건망증을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증상이라 보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정기적인 운동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줄어
건망증이 줄어듭니다.”
최성호 원장은
스트레스가 없는 운동을 권한다.
뇌를 편안하게 하는 방법이 좋다면
아예 안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오랫동안 켜둔 컴퓨터가 느려지거나
끊기면 전원을 내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처럼 말이다.
최성호 원장이 운동보다도 먼저
환자들에게 처방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건망증은 너무 많은 정보를
처리하느라 잠시 속도가 느려진 것이죠.
확실한 방법은 뇌 전원을 내리는 것입니다.
바로 잠을 자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많은 업무량으로 인해
과로하게 되면 잠잘 시간이 줄어
뇌가 지치게 된다.
지친 뇌를 계속 움직이면
결국 건망증이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발생하여
더욱 건망증을 심화시킨다.
심지어 이런 스트레스로
과음이라도 하게 되면
잠자는 시간이 더욱 줄어들어
건망증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알코올은 기본적으로
수면을 방해하는 물질입니다.
과음한 다음날 멍한 상태가
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단순 건망증 환자들 중에는
가벼운 운동이나 숙면을 처방해도
믿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 MRI 촬영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난감하지만 결국 촬영을 해준다고.
그렇게라도 안하면 더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건망증이 심해져
또다시 다른 병원을 찾을 수 있기 때문.
“치매로 판정나면 보험 처리를 받으니
비싸지 않지만, 단순 건망증인 경우에는
보험처리가 되지 않습니다. 낭비죠.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다면
그것 또한 처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건망증은 치매가 아니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병진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온라인 판에 건망증이 알츠하이머 치매와 무관한 별개의 증상이라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2000년 노벨의학상 공동수상자이자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메디컬센터의 에릭 캔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노화와 관련이 있는 17개의 유전자를 발견했고, 이 중 RbAp48 유전자가 노화의 진행과 함께 꾸준히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젊은 쥐를 대상으로 뇌에서 RbAp48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게 하자 늙은 쥐에서 나타나는 기억력 저하가 나타났고, 이 유전자를 다시 회복시켜주자 기억력이 정상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같은 방법으로 늙은 쥐에게 RbAp48 유전자를 회복시킨 결과 젊은 쥐들과 맞먹는 수준까지 향상되었다.
“연구 결과는 건망증이 치매처럼 신경세포의 손실이 아니라 일부 신경세포의 기능적 변화에 의한 것이며, 건망증이 치매와 무관한 독립적인 증상으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캔들 박사의 말이다.
건망증/치매 예방을 위한 뇌 운동
뇌세포 간의 연결고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좋다. 이것이 바로 뇌 운동의 핵심인데,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자극을 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좌뇌, 우뇌 자극 운동
1 우선 마우스를 쓰는 손 바꾸기
2 칫솔질을 다른 손으로 해보기
3 식사를 다른 손으로 해보기
4 휴대폰 문자를 다른 손이나 양손으로 보내기
5 뒤로 걷기
다양한 감각 자극 운동
1
눈을 감고 옷입기
2
눈을 감고 손씻기
3 눈을 감고 집에 들어가보기
(키를 열고, 신발을 벗고, 옷을 갈아입기까지)
4
말을 하지 않고 식사하면서
눈빛이나 손짓으로 대화하기
5
음악을 들으면서
아로마 요법이나 차의 향기를 음미하기
6
음악을 들으며
손가락이나 손으로 박자 맞추어 반주하기
7
보이는 것을 그려보기
복합적인 뇌 활동 운동
1 다양한 길이나 방법으로 출근하기
2 새로운 음식점이나 음식을 찾기
3 마트나 편의점을 자주 바꾸기
4 옷이나 장신구를 새로운 스타일로 시도하기
5 사무실, 책상 위, 침실의 배치 바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