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이 듦을 위해!
은퇴 후 인생의 색깔을 결정짓는 건
삶의 기술이 아닌 ‘삶의 자세’다.
나이 듦을 배워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인생이 그렇듯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가게 된다.
나이 듦을 무기 삼는 대신
부끄러움을 알고 지혜로움을 갖춘,
‘좋은 사람’으로 성숙해가는 일은
5060 세대 앞에 놓인 첫 번째 숙제다.
가꾸기, 향기로운 삶
최근 인터넷에서 머리와 수염을
길게 기른 노신사의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
주인공은 65세의 모델 김칠두 씨.
순대국집 사장이기도 한 그는
소속사까지 있는 신인 모델로
20대 브랜드에서 러브콜을
보내올 만큼 매력이 넘친다.
젊어 보였기 때문일까?
머리카락과 수염은 희끗희끗하고
얼굴에는 주름이 꽤나 깊게 패어있다.
몇 년 전 프랑스 명품 ‘셀린느’의
모델은 80세 작가 존 디디온이었다.
가방 브랜드 ‘케이 트 스페이드’는
93세의 디자이너 아이리스 아펠을,
‘생로랑’은 71세 캐나다 포크록 가수
조니 미첼을 모델로 내세웠다.
이들은 젊어 보여서
모델로 발탁된 것일까?
2000년 이후 노인층이 구매력을 가진
소비 집단으로 부각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파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삶보다 죽음에 가까운 이들이었지만
사람들은 느꼈다. 그들이 가진 저마다의
개성과 연륜, 자신감, 행복한 미소 등이
무엇보다 강렬한 생명력으로 발산되어
‘할머니가, 할아버지가 저렇게
멋있을 수도 있구나’ 했다.
그들이 걸친 옷과 가방보다
사람 그 자체가 명품으로 느껴졌으니
마케팅은 실패한 것일 수도 있다.
젊지 않아도 근사해질 수 있다.
의료기술의 도움을 받거나
젊은 감각의 패션에 도전하기 전,
좀 더 근본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게 우선이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몸의 변화를 인지하고 인정하면서
그에 맞는 관리를 시작하는 일이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 될 것이다.
냄새를 예로 들어보자.
50대가 넘으면 신진대사가
느려지면서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
노폐물이 쌓이면서 냄새가 나는 데
이를 흔히 노인, 홀아비 냄새라 부른다.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더 슬픈 일은 노화로 후각이 둔해져
정작 본인은 자신의 냄새를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는 사실.
양치질, 샤워와 같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행위들을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행하며 자신의 몸을 살피고 돌봐야 한다.
비우기, 소박한 삶
곤도 마리에는
일본의 유명한 정리 컨설턴트다.
그녀가 쓴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은 1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최근 그녀가 미국으로 건너가
넷플리스 리얼리티 TV 쇼에 등장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소비를 미덕 삼아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사는 미국인들에게 그는 자신에게
울림을 주지 않는 물건은 과감하게,
지금 당장 버리라고 권한다.
책 <행복의 가격>을 쓴
태미 스트로벨은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대출금을 갚느라 허덕이며
큰 집을 사는 꿈을 이루기 위해
살던 중산층 워킹맘이었다.
어느 순간 쌓여 있는 물건에
숨이 막힌 그는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3~4평 크기의
작은 집에서 행복을 누리며 산다.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의 크기가
물질적 부와 정비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과 물질만능주의
사고방식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 결과는 놀랍다.
물질만능주의 가치관은 삶에 대한
낮은 만족감과 우울, 불안, 두통과
같은 신체질환 등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나타났다.
옷, 책, 골프채 등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리라 믿었건만….
냉정히 돌이켜보자.
하나를 가지면 또 하나를
갖고 싶어 했던 건 아닌지.
어느 순간 물건에게 자신이
소유당하는 꼴이 되지는 않았는지.
자신의 집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
제곱미터 당 수천 만 원이
넘는 아파트에서 가장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물건들이지 않던가.
사람이 편하게 있을 자리라곤
소파와 침대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생활을
바꿔야만 하는 걸까?
왜 버려야 하며
왜 정리해야 하는 것일까?
자기 삶의 크기에 맞게
물건을 정리하는 일은
공간이 넓어지고 깔끔해지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
물건에 치여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을
줄임으로써 더 가치 있고 즐거운 일에
몰두할 수 있다. 남은 물건은 자신에게
더욱 소중해진다. 물건의 가짓수만
줄어드는 건 아니다. 정리는 소비 방식을
바꾸고 삶을 대하는 방식과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온다. 곤도 마리에의 이 말은
인생의 전환점에 서 있는 5060 세대에게
깨달음을 준다.
‘진짜 인생은 정리를
한 뒤에 시작된다’.
품위 갖추기, 어른의 삶
해가 바뀌면 나이가 들듯
사람도 세월 따라 성숙해지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마음은 옹졸해지고 생각의 폭은
좁아지기만 한다. 외모만이 아니라
내면까지 충실하게 무르익은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한 길을 찾아보자.
5060 세대에게 귀띔해줄 이야기가 있다.
젊은 세대들이 모여 등굣길 버스에서
만난 진상 아저씨, 공짜 지하철 타면서
자리 양보를 강요하던 할아버지 뒷담화에
열을 올린다는 사실을. 듣기 거북하지만
그들에게 나이 든 사람은 꼰대, 틀딱,
노인충, 연금충에 불과하다.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른다고
비난할 일 만은 아니다.
농경 사회에서는 연장자가
경험과 지식이 많기에
어른 대접을 받았겠지만
휴대전화 문자 보내는 법을
조막만한 손주에게 배우는 처지가
된 마당에 무조건적인 공경은
어불성설이다.
특별히 잘못한 일도 없어
억울하다면 나는 과연 좋은 사람인지,
좋은 어른인지 짚어보자.
글
임상범 기자
참고 도서
<간소한 삶 아름다운 나이듦>
(소노 아야코 지음, 리수 펴냄)
<더 기분 좋은 생활>
(스즈키 나오코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멋지게 나이 드는 법 46>
(도티 빌링턴 지음, 작은씨앗 펴냄)
<스웨덴 인생 노트>
(대그 세바스찬 아란더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행복의 가격>
(태미 스트로벨 지음, 북하우스 펴냄)